2020년 12월 31일 풍경

걸음 2020. 12. 31. 21:25

 그동안 12월 31일에 출근한 적이 없었다. 백수에 뭐에.... 오늘에서야 처음으로 출근했다. 출근길은 굉장했다. 자그마치 영하 10도! 집에서 출발할 때는 영하 5도였는데 일터에 도착할수록 1도, 2도 낮아졌다. 그나마 바람이 심하게 안 불어서 망정이지, 어제처럼 불었다면 아마 작살났을 거다.

 

 오늘은 연말이라 오전만 하고 끝났다. 하늘은 청명했고 신호등은 연말에도 쉬지도 않고 깜빡였다. 오늘은 휴업하는 곳이 많아서 차들이 별로 없었는데 그 많지않은 차들도 우리처럼 오전만 하고 하나, 둘 떠났다. 집으로 가능교? 고향으로 가능교? 내는 집이여.

 

 신호등에서 멈췄을 때 한 컷. 날이 날인만큼 차들이 별로 없었다. 그 덕에 가볍게 나들이하는 느낌이었다. 해가 중천이었지만 여전히 추웠다. -2도에서 0도 사이를 왔다갔다 했다. 0도 위로 넘어가지를 않아.... 시동걸고 나오면서 뒤늦게 알았는데 새들이 유리창에 테러를 해놓았다. WTF?

 

 2020년을 대표하는 아이템은 조수석에서 존재감을 내뿜고 있다.. 예비용 마스크는 언제나 이동식 인벤토리(휘발유로 구동) 속에 있고, 선물 혹은 사은품으로 받은 것만 여러 장이다. 1년 남짓한 시간동안 세상 모든 것이 바뀌었다. 모든 것이....

 

 동네 운동장에 붙은 현수막. 아저씨들 축구하고 풋살하고 하더만 또 날아갔네. 세 번째 금지령인지 네 번째 금지령인지.... 날은 좋은데 운동은 못하고 참....

 

 밖에 나와서 고개를 들었다. 2020년과 2021년을 이어주는 달이 빛났다. 가만히 선 채 찬 바람을 쐬며 도도히 흘러가는 강물을 봤다. 강물처럼, 유유히 2020년이 흘러갔다. 노동, 진로, 스트레스, 잡념, 글, 고민, 사람관계, 옛날, 앞날, 코로나19, 생존 등등 1년동안 전전긍긍하며 애쓴 모든 것이 다 흘러갔다.

 

 이 카테고리에 4년만에 글을 쓴다. 그동안 이거 써봐야지 저거 써봐야지 했는데 미루고 미룬게 4년이란 시간이 지났다. 글을 쓰며 올해뿐만 아니라 지난 4년동안 있었던 여러 일들도 떠오른다. 나는.... 좀 더 나은 놈이 되었을까? 더 나은 놈으로 달라지고 있는 걸까? 숫자말고 하나도 달라진 게 없는 거 같은데 말이다. 점점 침착해지는 건지, 갈수록 가라앉는 건지 아직은 갈피를 못잡겠다만 많은 모습이 무뎌진 채로 앞으로 나아간다.

 

 

 올 한 해동안 모두 고생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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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스피커폭파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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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저무는 동안

이야기 2020. 12. 29. 22:28

 2020년도 거의 다 지나갔다. 최근에 글을 쓴 게 약 넉 달 전일 줄이야....

 

 하고 싶은 게 많았고 그 가운데서 나름 어느정도 성과를 거둔 것도 있고 여전히 일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기도 하다.

 그렇게 바쁘게 지냈다.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체력은 떨어지고 생각은 절로 폭주하다가 더 이상 긁어낼 것도 없는 지 잠잠하다.

 그렇게 하나, 둘 내려놓으며 한 해를 보냈다.

 아직까지 어두운 세상과 어찌할 수 없는 삶과 고치지도 못하는 옛날, 손을 댈 수 없는 앞날을 보며 제 자리에서 돌고 있다.

 그렇게.... 나는 2020년을 지나고 있다.

 

 블로그를 봤다.

 지난 날에 휘갈겨 쓴 글들, 수많은 욕설들, 삶을 바치며 몰두했던 취미들, 요즘에도 듣고 있는 음악들은 먼 옛날 속에 있다.

 일기를 돌아봤다.

 올해는 하루도 빠짐없이 썼다. 마치 어제 일처럼 혹은 오늘 일처럼 기억나는 하루도 있고, 그런 적이 있었나? 싶은 날도 있다.

 

 모두가, 하루하루가 참 아쉽고 또 좋은 날이었다. 남은 이틀, 그리고 다가올 2021년은 어떤 모습일까....

 그 가운데서 2016년에 자주 읊조리고 썼던 말이 요즘 다시 떠올라서 여기에 한 번 적어본다.

 

 "삶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Posted by 스피커폭파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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