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무리 (2)

걸음 2016. 12. 31. 21:08

2016년 12월 31일은 춥지 않고 따뜻했다. 올해 마지막 바다를 보러 자전거 타고 옆동네로 달렸다. 바닷가 가서 저 멀리 보이는 해양을 찍었다. 밑에 그림자는 보너스. 내년에 모두들 짤리지 말고 다치지 말고 일 열심히 하이소. 만톤도 그자리 그대로 있고 조선 안벽에 배도 그대로 있다.​

AI 때문에 해맞이 행사가 날아갔지만 사람이 꽤 많았다. 방송국, 통신사 와이파이 트럭도 왔다. 오토바이 타고 여행다니는 양반들도 보이고 자전거족도 보이고.​

카페 갔다. 옷을 두텁게 입었는데 날도 따시고 바람도 안 불어서 더웠다. 한 겨울에 시원한 음료를 시켰다. 저거 꽤 비쌌다. 재수좋게 음료 받고 돌아서니 빈 자리가 나왔다. 앉아서 좀 쉬었다.​

약 두 달 전과 다르게 주변이 조금 바뀌었다. 곳곳에 안전 펜스도 생기고, 우체통 옆에 닭과 달걀 조각상이 생겼다. 저걸 보니 감히 불경스럽게 닭이 별명인 '그분'이 떠올랐다. '그분'을 내년에 제대로 쫓아내서 광명을 찾읍시다, 여러분.​

집으로 돌아오는 길, 잠시 해수욕장 옆 다리 위로 올라가서 2017년으로 떠나는 해를 봤다. 그리고 떠나는 해를 따라갔다. 페달을 밟을수록 해는 점점 짧아지고 더욱 진하게 타올랐다. 돌아오는 내내 마음이 가라앉았다.


2016년 조명이 꺼졌다. 마무리 글을 며칠동안 나눠서 길게 쓰려고 했다. 하지만 물음이 물음을 낳고 그것을 따라가다 보니 정리가 안 됐다. 계속 쌓이다 보니 되짚어 보기가 귀찮아서 그냥 놓았다. 어제도 오늘도 지금도 물음표만 쫓아가고 있다. 나는 제대로 답을 찾을 수 있을까.

이제 2016년을 깊은 시간 속으로 보낸다. 2017년에 더 멋진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한다. 올해 함께한 모든 이들께 감사드린다.

모두 한 해동안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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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스피커폭파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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